드디어 본인도 넷플릭스에서 난리가 난 문제의 화제작 '지옥'을 보고야 말았다. 여타 드라마에 비해서 짧은 차수가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야말로 딱딱 필요한 내용만 속도감 있게 전개하여 몰입도를 극대화하고 장편 드라마의 단점인 부담감과 피로감을 최소화시켰다.
얼마 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자신을 목사의 아들이라고 밝힌 한 유저가 쓴 후기 글이 기억에 남았다. 그는 "종교계에서 충분히 불편해할만하다."라며 글을 시작했다. 그다음 문장이 바로 압권이었다. "왜냐하면 저런 일이 진짜로 발생한다면, 진짜 저렇게 행동할 것이기 때문에ㅋㅋ"라며 웃었다. 자조 섞인 반 농담처럼 한 말이었겠지만 드라마를 본 사람들은 뭔가를 느꼈을 것이다.
저 글을 읽은 뒤 '지옥'을 시청한 나는 종교계에 대해 씁쓸한 뒷맛을 느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드라마 '지옥'에 나오는 내용을 보면서 '저런 일이 발생한다면 과연 어떨까? 진짜 저렇게 행동하지 않을까?'라며 흥미로운 상상을 해본다. 하지만 사실 이 생각은 잘못됐다. 드라마에서 다루고 있는 종교계의 월권행위나 부정, 겁에 질린 소시민들의 혼란, 광적인 광신도들의 파괴행위 들은 '이미 발생했거나 현재도 발생 중'이다.
과거에 인류는 신을 앞세워 많은 부정을 저질렀다(지금도 저지르고 있다). 물론 선을 행하기도 했지만, 그 부정은 그동안 공들여 행한 선을 무너뜨리고도 남았을 것이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인류가 지성을 갖게 된 이래로,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신의 이름을 팔아 행해지는 '종교재판'으로 고문 받고 생을 마감했을까?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이교도로 몰려 돌과 몽둥이에 맞아죽었을까? 심지어 이런 환장할 만한 인류의 행보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천사의 고지(告知)'나 '사자(使者)의 시연(試演)' 없이도 자행되었다. 그저 천둥이나 번개, 일식과 월식 같은 '초'자연적인 현상(지금에야 '자연적'인 현상이지만 당시에는 '초'자연적이라고 불렀을 것이다.)만으로도 일어난 일들이다. 즉, 인류가 역사에서 '종교의 이름을 악용한' 모습은 드라마 '지옥'에 등장하는 세계의 모습과 꼭 닮았다.
연상호 감독은 아마도 이 '지옥'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이러한 점을 정확히 지적하고 싶었던 듯하다. 우리는 드라마 내에 등장하는 군중들을 보고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저런 일이 벌어지면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만약 실제라면 진짜 인류가 저렇게 행동할까?' 따위를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연상호 감독은 우리 앞에 영상이 아닌 거울을 갖다 놓았던 것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인간 군상들이 행하는 모든 행동들(악행과 선행 모두)은 이미 우리가 해왔던 행동들이었고 우리의 모습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보고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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