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들이 본격적으로 침공을 시작하자 대기권에 머물던 대모선(Grand Mother Ship)으로부터 수십 척의 모선을 비롯한 '바오밥나무급(baobab-class)' 과 그 하위급 함선들이 천천히 지상으로 하강했다. 이 함선들에는 급에 따라 다른 동력수(Power Tree, Tree Of Power 등으로 씀-動力樹)가 탑재되어 있었다. 이 동력수에서는 일종의 보호막이 생성되어 원거리 물체의 접근(발사체를 비롯한 물리적 물체 일체)을 막는다. 원리는 일종의 에너지 파장이 발생하여 원거리 탄환이나 근접하는 비행체의 궤도를 왜곡시키는 것으로 추측된다. 대다수의 대공미사일, 화약 탄환 등이 전부 보호막에 막혀 목표인 함선에 닿지 못하고 도중에 폭발하거나 도탄 되었다. 다행히도 이 보호막에는 일정한 한계치가 있어서 그 한계치를 넘는 충격이나 화력이 지속적으로 가해질 경우 보호막의 동력이 다시 회복될 때까지 제 기능을 상실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바오밥나무급 함선]
(지구의 대기권에 머물면서 사실상 지휘소 역할을 담당한 대형 외계인 함선)
지구방위군사령부는 EMP(electromagnetic pulse)탄의 활용을 검토하였으나, 실험 결과 이는 외계인 함선 보호막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구방위군 육군이 봉착한 또 다른 문제는 '느릅나무'급, '팽나무'급 등의 중경량급 강습선의 '앵커'를 통해 지상으로 강하하는 외계인 보병의 무장이었다. 마치 중세시대 창검사들의 갑옷처럼 생긴 이들의 방어구는 당시 현존하는 어떠한 화기로도 갑주에 피해를 입힐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폭발을 동반하는 화기들은 일시적으로 보병들을 무력화(폭발시 충격으로 인해 넘어뜨리는 등) 시킬 수는 있었지만 갑주를 파괴하거나 착용자를 살상하지는 못하였다. 지구방위사령부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하에 있던 거의 모든 연구시설을 총동원했다. 수천 명의 연구진들이 철야에 철야를 거듭하면서, 노획된 외계인 갑주의 성분과 구조를 분석하고 파훼법을 실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년이 다 되도록 갑주를 뚫을 수 있는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 동안 지구방위군 육군의 방어진은 계속해서 외계인 강하보병들에게 격파되었다. 공군과 지상의 방공부대는 강습선이나 지휘선등을 공격하여 30여기를 격추시켰으나, 직접적인 강하보병들의 진격을 막지는 못하였다. 연구진들은 이 갑주의 임시 명칭을 '불멸(Immortal)'의 앞글자를 따서 'IMM-01'이라고 불렀다.
[▲ 의지장갑(초기명칭: 불멸갑주)의 모습]
(전쟁 초기부터 종전 때까지 외계인 보병이 가장 폭넓게 착용한 모델)
"불멸갑주"에 대한 해결책은 우연한 사건에서 발견됐다. 당시에 폴리스연합에 소속되지 않았던 서유럽 지역에서 대장간을 운영하던 업주가
자택에 침입한 외계인 척후병을 장식용 검으로 찔러 죽인 일이 보고됐다. 그 장식용 검을 분석해본 연구진은 일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여느 검과 동일한 극히 평범한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결론지었다. 대장간 업주가 휘두른 그 검은 외계인 갑주의 흉갑을 그대로 뚫고 진행하여 대동맥을 손상시킨 뒤 등 쪽의 갑주까지 뚫고 나온 것으로 확인되었다. 어떤 특이한 성분도 검출되지 않은 그 장식용 검으로 여러 실험을 진행하던 연구진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동일한 검으로 한 연구원이 동일한 흉갑을 가격했으나 어떠한 손상도 입히지 못한 것이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지구방위사령부는 대장간 업주를 소환하여 당시와 비슷한 상황을 연출시켜 다시 갑주에 손상을 가하도록 요청 했다. 결과는 갑주의 손상이었다. 그 장식용 검은 업주가 직접 만든 무기였고, 오직 그 당사자만이 갑주에 손상을 가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이 불멸이라 불리던 갑주에 손상을 가하기 위해서는 오직 공격자가 스스로 직접 만든 무기 또는 화기가 사용되어야한다고 결론지었다.
'불멸의 갑주'라는 명칭은 더 이상 사용되지 않았다. 지구방위사령부는 이 임시명칭을 계속 사용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임시명칭으로 인해 민간 또는 병영에서 발생하는 왜곡된 소문들이 전황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불멸의 갑주는 더 이상 불멸이 아니었다. 폴리스연합에서는 "의지가 녹아있지 않은 무기에 대한 장갑"이라는 의미로 '의지장갑(Armor Of the Will)'이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했고 이는 곧 불멸갑주라는 임시명칭을 대체하게 됐다. 지구방위사령부는 대부분의 조병창의 가동을 일부 중지시켰다. 화기를 운용하는 당사자가 직접 만들지 않은 화기는 외계인보병을 상대로는 전혀 쓸모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신 조병연구부라는 새로운 부서를 만들어 병사 개인이 직접 화기를 만드는 방법을 전파하는 업무를 담당하도록 했다. 신식화기들이나 이들의 탄환은 개인이 제작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전문기술을 요구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제작이 쉬운 재래식 무기들의 수요와 개발이 진행되었고, 자연스럽게 이들의 전성기가 다시 찾아왔다. 조병연구부는 다수의 크고 작은 대장간을 사서 병사들이 직접 자신이 사용할 무기나 화기를 제작하도록 제작법을 교육시키고 그 과정을 지원했다. 검이나 창과 같은 무기들은 조금만 제작법을 배워 제작하면 실전에서 사용 가능할 정도의 내구성을 갖출 수 있었다. 고대부터 내려오던 창검술등 무술에 관련된 연구도 다시 진행되었다. 당시의 병기사(兵器史)는 완전한 과거로의 회귀였다.
그 때 쯤 지구방위사령부의 연구진들은 새로운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화기에 대해서는 운용자가 탄환만 직접 제작하여 격발하여도 의지장갑에 손상을 가할 수 있다는 보고였다. 지구방위사령부에서는 조병창의 일부를 개조하여 개인이 사용할 탄환을 자작할 수 있도록 생산라인을 바꾸었다. 그러나 여전히 신식화기의 탄환을 자작하는 공정은 전문가가 아니면 어려웠기 때문에 대다수의 병사들은 재래식 화기(가장 널리 사용된 것은 화승총이었다.)와 무기를 함께 장비하곤 했다. 의지장갑에 대한 파훼법이 밝혀지자 전황 분위기는 상당히 크게 반전됐다. 지구방위군 육군의 사기는 발견 전에 비해 고조되었다. 본래 지구방위군은 외계인보다 수적인 면에서는 우세를 점하고 있었으나 의지장갑에 대한 대응책이 전무했기 때문에 전술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고전을 치렀던 것이다. 외계인강하보병대는 점차 신중하게 전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고, 전선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외계인지상군은 의지장갑에 대한 약점이 노출되지 않았을 때 무적에 가까웠다. 그러나 지구방위군이 대의지장갑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자 두 세력의 힘은 거의 균등해졌다. 지구방위군은 이러한 상황을 바탕으로 평화협상을 제안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게 되었다.
-『지구방위대전사』(박 JH. 사뮈엘 지음)
3.전쟁의 진행-5.장갑과 대의지장갑용 무기의 발달 中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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