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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노블(소설)

Ψ~지옥기사 설화집~Ψ -2- [학자와 거지] (성인용 동화, 잔혹동화)

by 헬나이트 2019.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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Ψ~지옥기사 설화집~Ψ -2- [학자와 거지] (성인용 동와, 잔혹동화)

 

Ψ~지옥기사 설화집~Ψ

-2-

[학자와 거지]

 

 

 

 그 학자는 '선한 사람'을 찾는 중이었습니다.

 

'선한 사람을 만난다면 내 사상을 입증해 볼 수 있을지도 몰라...'

 

라고 생각하며 학자는 자신의 주변에서 선한 사람이 있는지를 항상 살피고 다녔습니다.

  

그 학자가 시장에 도착했을 때,

 

거지들에게 적선하고 있는 한 키가 큰 사내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사내는

 

허리춤에 칼을 차고,

 

옆구리에 낡은 투구를 끼고,

 

바지 주머니 쪽에는 권총을 걸고 있었습니다.

 

학자는 적선하는 그를 유심히 보다가

 

그가 시장바닥에 있는 모든 거지들에게 금화를 3냥씩 나누어 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보시오."

 

 학자는 그 사내를 불렀습니다.

 

"너도 금화가 필요하냐."

 

 사내가 학자를 쓱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아니오, 나는 그 보다 더 값진 것이 필요하오."

 

 학자는 그가 피식 웃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잘못 들었는지는 몰라도,

 

'인간이?' 라고 중얼거리는 소리도 들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 당신은 무엇이 필요한가?"

 

 그는 학자가 되물어 볼 틈도 없이

 

이죽이죽 웃으며 학자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모든 거지들에게 금화를 나누어 주던데 어째서 그런 것입니까?"

 

"이것은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어떤 기회입니까?"

 

"부모 잘못 만나서 저기 앉아있어야 하는 건 정말 재수 없어 미칠 노릇이지 않겠나."

 

그 순간

 

학자는 이 사람이 자신이 여태껏 찾아다니던 선한 사람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당신이 바로 선한 사람이군요."

 

"이 친구 정신이 나갔군."

 

키 큰 사내는 어이없다는 듯이 학자를 손가락질하였습니다.

 

학자가 어안이 벙벙해하고 있자,

 

키 큰 사내는 씩 웃고는

 

그에게 어깨동무를 척 걸치더니

 

귀에다가 소곤소곤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난 자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선하지 않아. 난 당신에게 지옥을 보여줄 수도 있어."

 

학자는 순간 이 사람이 해코지를 하려나 하고는 덜컥 겁이 났습니다.

 

하지만 그 사내는

 

"아니 아니, 자네가 생각하는 그런 협박 같은 게 아니야."

 

학자는 의아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인간이라는 건 정말 재밌다네.

자네가 공부하고 연구하는 게 아마 이와 비슷한 것 일거야...

인간의 성품은 항상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하고 있지,

'나쁜 짓을 할까? 하지 말까? 아냐... 그냥 해버릴까?? 참을까??'

매번 이렇게 오락가락하지,

 

"미안하지만 난 당신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소이다."

 

 학자는 바로 그의 머리 위에 있는 사내의 눈동자를 올려다보며 눈치를 살폈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 식은땀이 관자놀이를 타고 흘렀습니다.

 

"그럼 눈으로 직접 보여주는 수밖에."

 

 키가 큰 사내는 씨익 웃더니 곧장 시장 쪽을 두리번두리번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제법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학자는 그를 따랐습니다.

 

그의 순수한 학구열에서 비롯된 탐구적 호기심과,

 

사내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묘한 기운에 사로잡혔던 것입니다.

 

키가 큰 사내는 북적이는 시장 한가운데에 섰습니다.

 

그리고는 약간 변두리 쪽에 자리 잡은 거지를 주목했습니다.

 

"저 친구가 좋겠군."

 

 그는 그 거지에게로 뚜벅뚜벅 걸어가더니

 

옆구리에 끼고 있던 낡은 투구를 뒤적였습니다.

 

그러더니 금화 한 움큼을 집어내었습니다.

 

순간,

 

사람들의 이목이 모두 그에게로(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투구와 금화를 든 손으로) 쏠렸습니다.

 

"자, 여기 신의 자비를 움켜쥐어라."

 

거지는 그 사내의 앞에 엎드려 신을 영접하듯 팔을 뻗었습니다.

 

그의 지저분하고 떨리는 양손에 금화가 무더기로 부어졌습니다.

 

시장에 정적이 흘렀습니다.

 

모든 사람이 사내의 손에서 거지의 손으로 떨어지는 금화의 찰랑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학자도 조용히 그 광경을 목전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어느덧 수십 냥의 금화가 거지의 양손에 수북이 쌓였습니다.

 

키 큰 사내는 몸을 돌려 휘적휘적 어디론가로 향했습니다.

 

"그것은 네 것이다."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는,

 

학자가 있는 쪽을 향해 가서 그와 함께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시장에는 한참 동안 정적과

 

낮은 술렁임이 일었습니다.

 

"와, 저 사람 부자인가 봐."

"저 거지는 좋겠군."

"거지에서 부자로... 완전 팔자 고쳤네."

"이게 무슨 일 이래."

 

 

* * *

 

 

"이게 당신이 보여주겠다던 '그것'입니까? 죄송합니다만, 난 아직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소."

 

 학자가 호소하듯 말했습니다.

 

"병신은 아니군, 금화가 들어있는 투구는 안 궁금한가."

 

 키 큰 사내는 학자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습니다.

 

"기다려, 곧 보여주지."

 

 학자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평소보다는 조금 많은 돈을 적선한 게 무슨 대단한 일일까요?

 

그는 학자에게

 

"내일 아침 동이 트면 이곳으로 나오라."

 

 라고 말하고는 또다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학자는 고개를 절래 흔들고는 자신의 도서관 겸 집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습니다.

 

 

* * *

 

 

다음날 날이 밝자

 

학자는 짧은 기도와 함께 아침식사를 마치고는

 

의복을 갖추어 입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어제 키 큰 사내가 말했던 '지옥'이라는 것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는 그와 약속했던 장소로 향했습니다.

 

"이야, 진짜 왔네."

 

학자가 미처 사내를 발견하기도 전에,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너도 참 어지간하구나."

 

그가 씨익 웃으며 학자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학자는 그의 얼굴에서 어떤 즐거움 같은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날 따라오라."

 

 그는 곧장 어디론가로 휘적휘적 걸어갔습니다.

 

학자가 아직 뭐라 인사하기도 전이었습니다.

 

사내는 어느 한 언덕의 중턱 쪽으로 가는 듯했습니다.

 

그곳은 지대가 좀 험해서 비교적 빈민들이 모여 사는 곳이었습니다.

 

그때 학자는 약간 이상한 냄새를 맡았습니다.

 

약간 습하면서 가라앉은 비린 내음이 얼굴을 찡그리게 했습니다.

 

곧 두 사람이 도착한 곳에서 그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한 허름한 작은 집이 있었고 그 앞마당에는 수십 명의 사람 시체가 즐비했습니다.

 

어떤 이는 가슴에 예리한 융기를 꽂은 채 누워있었고,

 

어떤 이는 목이 반쯤 잘려 피를 쏟아내어 죽어있었으며,

 

어떤 이는 배가 썰려 내장을 드러낸 채 죽어있었고,

 

어떤 이는 둔기에 머리를 맞아 뇌수를 흘리며 죽어있었습니다.

 

흙바닥은 이미 피로 흥건했고, 그 피들은 흐르고 흘러 작은 물줄기를 만들며

 

근처의 풀숲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 주변에는 피 비린내를 맡고 모인 파리와 귀뚜라미, 바퀴벌레, 왕개미 떼 등이

 

습도 높은 여름 햇살 아래 갖 부패하기 시작한 살점과 머리털들을 뜯어먹는 중이었습니다.

 

학자는 생각도 못한 참혹한 광경과 비위에 거슬리는 이상한 냄새 때문에

 

아침에 먹은 오트밀을 바로 옆 땅바닥에 게워내었습니다.

 

키 큰 사내는 놀라지도 않았는지 낄낄대며 학자의 등을 두들겨 주었습니다.

 

"이... 이게 뭐요!! 당신이 그런 거요??"

 

 학자가 끈적끈적한 위액 줄기를 입에서 뱉어내며 신경질 적으로 말했습니다.

 

그 위액 줄기는 길게 늘어지며 날아가 풀숲 근처 바닥에 허옇게 툭 떨어졌습니다.

 

"미쳤냐. 귀찮게 이딴 짓을 내가 왜 해."

 

 사내는 허허하며 손을 흔들어 보였습니다.

 

그때 헌 집과 가까운 담벼락 근처 풀숲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흐.... 흐흐..."

 

 학자는 소름이 끼쳤습니다.

 

그와 동시에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퍼뜩 그쪽으로 향했습니다.

 

"이보시오!"

 

"내 거다... 내 거..."

 

 그곳에는 한 부랑자 행색을 한 남자가 배에서 피를 흘리며 엎드려 있었습니다.

 

그는 엎드린 채 양 팔로 자신 앞에 한 무더기 쌓여있는 금화 더미를 끌어안으며 미친 듯이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복부 옆 부분에서는 이미

 

꾸물꾸물한 내장이 절반가량 흘러나와 움찔거리며 피를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그의 두 눈동자 흰자에도 피가 몰려 마치 곧 폭발하려는 풍선 같아 보였습니다.

 

학자는 그 광경을 보고 이를 악 물었습니다.

 

또 속이 울렁거렸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부랑자는 금화 더미를 끌어안고 그렇게 죽었습니다.

 

햇볕을 받은 금화는 검붉은 피에 젖어있었지만,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학자는 부랑자가 죽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게 뭡니까... 도대체??"

 

 키 큰 사내는 씨익 웃으며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집이 누구 집인 줄 아느냐?"

 

"모릅니다."

 

"이 집은 내가 어제 금화를 한 무더기 쥐어 주었던 그 거지의 집이니라."

 

 학자는 그제야 충격적인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어제 키 큰 사내가 시장 한가운데서 엄청난 금화를 쥐어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은 보았고,

 

그들 중 그 금화를 탐낸 사람들이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거지가 집에 돌아가자 그 뒤를 밟아

 

돈을 훔치기 위해 찾아왔던 것이었습니다.

 

결국 그들은 모두가 같은 목적으로 이곳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 금화를 차지하기 위해 싸움을 벌였던 것입니다.

 

결국 결과는 모두가 죽고, 승자가 없이 이렇게 끝이 난 것이지요.

 

아니,

 

승자가 있다면 주위에 살고 있던 동식물들이었을까요.

 

주위 동물들은 키 큰 사내와 학자가 자리를 뜨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런 세상에..."

 

 학자는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뭐야, 벌써 이해했어? 이해력이 나쁜 편은 아니군!"

 

 사내는 또 허허 웃으며 풀숲으로 들어가 그 부랑자가 끌어안고 있던 금화를

 

한 닢 한 닢, 거꾸로 든 투구 안으로 떨어뜨렸습니다.

 

신기하게도 투구 안으로 쏙 들어간 금화는 안쪽에 닿는 소리 없이 사라졌습니다.

 

금화를 전부 투구에 집어넣고, 그는 쓱 일어나서 넋이 나간 듯이 서있는 학자에게 말했습니다.

 

"이제 뭘 좀 느끼셨나?"

 

 그는 계속해서 말합니다.

 

"자, 여길 시체들을 보라. 이 자들은 저들 스스로 악함을 증명한 셈이다."

 

 학자는 말합니다.

 

"하지만 저 자들은 돈이 너무나 필요한 사람들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살인을 하면서 까지도."

 

 사내가 답합니다.

 

"그렇다면 사람의 생명보다 돈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 게로구나."

 

 학자는 그의 말에 뭐라 말해야 할지 망설였습니다.

 

그가 망설이고 있자, 사내는 웃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네 말도 일리는 있지. 가난은 사람을 미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의 목숨과 돈 중 무엇이 더 귀중한 것입니까?"

 

 학자의 물음에 키 큰 사내는 고개를 까닥여 뚜뚝 소리를 내며 답했습니다.

 

"그야 본인 하기 나름이거나, 사람들 관계에 따라 다른 거지."

 

그는 계속 말합니다.

 

"내가 보기엔 네가 저 쓰레기들 보다는 훨씬 값어치 있는 놈으로 보인다.

그리고, 생명은 각자의 관계에 따라 값어치가 달라.

너에게 네 자식은 이 세상 무엇보다도 귀중하겠지만, 나는 눈 깜짝 안 하고 죽여 버릴 수도 있지."

 

 학자는 혼란스러웠습니다.

 

"이건 그냥 나의 생각일 뿐이고,

네가 학자로서 해야 할 일이 바로 네가 나에게 물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도출해 내는 것이니라."

 

 사내는 엄중하게 말하고는 학자를 남겨두고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학자는 그를 좀 더 따라가 볼까 했지만,

 

그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려서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학자는 후에도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했습니다.

 

인간은 선할까. 악할까.

 

그는 백발이 될 때까지 열심히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그는 어느 날

 

아침을 먹기 전, 식탁에 앉아 기도를 하려고 감은 눈을 영영 뜨지 않았습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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