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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노블(소설)

Ψ~지옥기사 설화집~Ψ -3- [매달린 남자] (성인용 동화, 잔혹동화)

by 헬나이트 2019.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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Ψ~지옥기사 설화집~Ψ -3- [매달린 남자] (성인용 동화, 잔혹동화)

 

Ψ~지옥기사 설화집~Ψ

-3-

[매달린 남자]

 

 

 

그 남자는 형틀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습니다.

 

양 발이 묶이고, 양 손도 뒤로 묶인 채 커다란 기둥에

 

말 그대로 걸려있었습니다.

 

그는 죽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광장에 매달려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것을 지켜보며,

 

광장에 매달려 사람들이 오고 가는 것을 지켜보며,

 

그렇게 하루 종일 매달려 있었습니다.

 

아무도 그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지 않았고,

 

아무도 그에게 마실 것을 가져다주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그에게 내려진 형벌이었습니다.

 

며칠째 밤인지 모를 어느 날 밤.

 

그날따라 밤은 깊었고,

 

그날따라 어둠은 더욱 깊었습니다.

 

매달린 남자는 잠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그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꿈에서 누군가가 그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너는 왜 여기 널려 있느냐."

 

그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반갑기도 했습니다.

 

그에게 말을 걸거나,

 

그에게 먹을 것을 주거나,

 

그에게 마실 것을 주는 자는

 

그와 같은 형벌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매달린 남자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이리라 생각했습니다.

 

"전 벌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그는 마를 대로 말라버린 목청에서 겨우 목소리를 뽑아내었습니다.

 

"잘 모르나 본데, 설령 꿈속에서라도 내게 말을 걸진 마십시오. 당신도 벌을 받게 될 거요."

 

"헛소린 그만 하시고."

 

그는 전혀 상관 안한다는 듯이 퉁명스럽게 대답하고는 말이 없었습니다.

 

매달린 남자는 피식 웃었습니다.

 

그런 그의 사막처럼 마른 입가에 갑자기 차가운 것이 닿았습니다.

 

그것은 마치 여신의 입맞춤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는 미친 듯이 차가움을 입안으로 들이켰습니다.

 

숨이 막혀 질식할 것 같았으면서도 마치 마약과 같은 시원함은

 

그를 계속해서 유혹했습니다.

 

"이제 그만 처먹어라."

 

다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시원한 물은 그의 입속에 한 모금 만을 남겨둔 채

 

입맞춤을 거두었습니다.

 

"헉, 헉,"

 

매달린 남자는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차갑고 시원한 물이 온몸을 돌며

 

가뭄이든 대지를 적시듯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는 그제야 이것이 꿈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여전히 숨을 헐떡이며 어둠에 대고 물었습니다.

 

"죽음의 신이다."

 

그가 낄낄거리며 낮게 중얼거렸습니다.

 

매달린 남자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목마른 저에게 음료수를 주셨습니다. 당신은 오히려 생명의 신이 아니십니까?"

 

"그렇게 생각하나? 그렇다면 이것도 먹어라."

 

매달린 남자는 자신의 입에 또 무엇인가가 닿는 것을 느꼈습니다.

 

맛있게 구워진 고기와 잘 익은 빵이었습니다.

 

향긋한 냄새가 그의 코를 자극하자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던 식욕이 다시 왕성하게 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는 미친 듯이 턱을 움직여 고기와 빵을 씹어 삼켰습니다.

 

그가 살아오면서 먹어보았던 그 어떤 음식보다도 맛있는 음식이었습니다.

 

매달린 사내가 목이 메어하자 그는 다시 물을 약간 주었습니다.

 

거꾸로 음식을 먹는 것은 좀 힘들긴 했지만 지금 그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당신은 배고픈 저에게 음식을 주셨습니다. 당신은 확실히 생명의 신이시군요."

 

그는 진정으로 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감사를 표현했습니다.

 

"낄낄."

 

사내는 대답 대신 웃음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매달린 사람은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곧 배부른 포만감에 여서인지, 알 수 없는 신비한 밤의 마력에 의해서인지

 

잠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 * *

 

 

다음날,

 

햇볕의 따가움을 느끼며

 

매달린 남자는 또

 

광장에 매달려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것을 지켜보며,

 

광장에 매달려 사람들이 오고 가는 것을 지켜보며,

 

그렇게 하루 종일 매달려 있었습니다.

 

밤이 되었고,

 

그에게 또다시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이 찾아왔습니다.

 

매달린 사내는

 

자신이 눈을 뜨고 있는지, 감고 있는지 조차 분간할 수가 없었습니다.

 

바로 그때,

 

둔해진 시각만큼이나 예민해진 청각을 자극하는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습니다.

 

"안녕하신가."

 

그는 이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뚫어져라 주시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도대체 어떤 간덩이가 부은 사람이 나에게 물과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 것일까?

 

"자 이것을 먹거라."

 

매달린 남자의 입술에 또다시 시원하고 성스러운 생명의 물줄기가 내려앉았습니다.

 

그는 대낮 동안 뜨거움에 타들어 바싹바싹 말라 머린 목을 축일 수 있었습니다.

 

"이것도 네게 주마."

 

이번에도 어제와 같은 고기와 빵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매달린 남자는 주린 배를 다시 채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그 그림자는 또 웃음소리를 내었습니다.

 

"그래, 여기 매달려 있는 건 좀 할 만한가?"

 

그는 하루 종일 자신이 얼마나 외로워하고 있었는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예, 이게 다 당신 덕분입니다."

 

"후후후..."

 

매달린 남자와 그 의문의 남자는 한동안 몇 마디 이야기를 더 주고받을 수 있었습니다.

 

곧 매달린 남자는 자신이 언제 잠들었는지도 인식하지 못한 채 스르륵 눈을 감았습니다.

 

 

* * *

 

 

또 하루를 시작하는 태양이 광장을 환하게 비추었습니다.

 

매달린 남자는 매달려 있으면서 복통을 느꼈습니다.

 

그동안 먹었던 음식들이 소화되면서 배변욕구를 느낀 것이었습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매달린 상태로

 

용변을 해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변이 살을 타고 배와 가슴 쪽으로 흘러내리다가

 

옷에 흡수되어 지린내를 풍겼습니다.

 

걸쭉한 대변이 하반신을 뒤덮었고,

 

등을 타고 흘러내리다가 햇볕에 굳어버렸습니다.

 

냄새를 맡고 파리와 바퀴벌레가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덧

 

그렇게 또 어둠이 가득한 밤이 찾아오게 됐습니다.

 

"자, 밤이 왔고, 그래서 내가 왔노라."

 

그 목소리는 어김없이 매달린 남자를 찾아왔습니다.

 

매달린 남자는 매캐한 어둠 속에서

 

물을 마시고

 

먹거리를 먹었습니다.

 

그리고 목소리와 또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결국에는 잠이 들었고,

 

이러한 하루하루는 계속 지속되었습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이레,

 

여드레,

 

아흐레,

 

열흘,

 

열하루,

 

열이틀,

 

열사흘...

 

하루하루가 계속되었습니다.

 

매달린 남자는 매일매일 대소변을 보았고,

 

더러운 분뇨들은 그의 주위에 쌓이면서 악취를 풍기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피부는 대변에서 올라온 독에 중독되어 물집이 잡히고 색이 변해갔습니다.

 

그는 더러운 대변들을 몸에서 떨어내고자 몸을 흔들거나,

 

사람들에게 제발 자신을 씻겨달라고 울부짖었습니다.

 

가끔 비가 내려 그를 약간이나마 씻겨 주었습니다.

 

매달린 사내는 점점 그 목소리의 정체가 궁금해졌습니다.

 

이제 그에게 하루하루는 고통 그 자체였습니다.

 

자신의 몸에서 나는 냄새와 불편함...

 

매달린 자신의 신세...

 

오히려 그는 빨리 죽고 싶어 졌습니다.

 

그냥 이렇게 매달려 있었다면 벌써 죽었을 텐데,

 

그 의문의 목소리가 밤마다 음식과 물을 주니

 

죽지 못하고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날 밤.

 

그는 그 목소리에게 하소연했습니다.

 

"생명의 신이시여! 당신은 어찌하여 제게 매일 물과 음식을 주시나이까."

 

잠시 정적이 흘렀습니다.

 

"그것은 네가 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목소리가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저를 살려주시는 게 아닙니다! 이것은 죽는 것만 못합니다! 대소변과 떼로 더럽혀진

제 모습을 보십시오!"

 

그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며 울었습니다.

 

그리고는 용기를 내어 말했습니다.

 

"그러니, 진정 제가 살기를 바라신다면, 저를 풀어주십시오."

 

매달린 남자는 웃음소리 같은걸 들었습니다.

 

"그건 안 돼."

 

목소리가 이상하게 바뀌었다고 생각한 그 순간

 

그의 목구멍으로 시원한 물이 스며들었고, 그와 함께 음식이 주어졌습니다.

 

오늘 밤은 매우 우악스럽게 그의 입으로 들이닥쳤기 때문에, 매달린 남자는 음식을 삼키면서,

 

기침을 했습니다.

 

"너는 더 살아야 한다."

 

매달린 남자는 음식을 억지로 넘기면서 목소리의 말을 들었습니다.

 

그 목소리는 더 이상 인간의 것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너는 죽어선 안 된다.

 

너는 이렇게 빨리 죽어선 안 된다.

 

너는 더 살면서 죄를 받아야 해.

 

너는 고통 속에 더 살면서 지옥에서 살아 있어야 한다."

 

그는 겁에 질렸습니다.

 

"네 손에 겁탈당하고 죽어간 아이들을 아들과 딸로 둔 아버지들이 내게 기도했다."

 

매달린 남자는 순간 아찔한 정신적 충격에 기절할 뻔했습니다.

 

"오, 신이시여..."

 

"그들도 나를 그렇게 불렀었지. 마치 너처럼 말이야."

 

매달린 남자는 자신의 바로 앞에서 그 목소리가 존재하고 있으며,

 

그가 자신을 향하여 웃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들은 나로 하여금 너에게

고통과 괴멸감, 슬픔과 절망, 공포와 두려움, 충격과 자멸 감을 느끼게 해달라고 빌었다."

 

매달린 남자는 자신의 온몸이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너는 시원한 물과 먹을 것을 달라고 빌었다.

난 그 두 가지 기도를 모두 받아들인 것뿐이다."

 

"오 제발, 절 그냥 죽여주십시오! 절 죽여주십시오! 제발!"

 

"안 돼."

 

목소리는 웃고 있었습니다. 즐거워 못 참겠다는 듯,

 

"죽음으로 도망치려고? 그렇겐 안 되지, 네 죄는 그렇게 가벼운 게 아니거든."

 

매달린 남자는 토하고 싶었습니다.

 

지금 억지로 먹은 물과 음식을 모두 다 토해버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손은 뒤로 묶여있어서,

 

혀를 누르거나 배를 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의 몸은 생존을 위해서 물과 음식이 들어감과 동시에 소화를 시작했습니다.

 

그의 정신은 그의 생존에 오히려 반대됐기 때문에,

 

정신이 내린 모든 결정은 그의 육체가 거부해 버렸습니다.

 

"난 이렇게 매일 밤 널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너에게 물과 음식을 줄 것이다.

 

넌 그걸 먹을 것이고, 계속해서 살아있겠지.

 

자유라고는 한 치도 없는 육체라는 이름의 감옥 속에서,

 

계속해서 갇혀 사는 거야...

 

영원히..."

 

매달린 남자는 어둠에 대고 울부짖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울음을 듣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단지 어둠만이 그의 울음소리에 어둠으로만 답할 뿐이었습니다.

 

"내가 그랬지? 난 죽음의 신이라고."

 

 

* * *

 

 

(뒷이야기)

 

 

 

매달린 남자는 계속 살아있었습니다. 그의 정신은 어둠의 호의를 거절했지만, 그의 생존 욕구는 그 호의를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매달린 남자가 계속해서 살아있고, 먹인 음식도 없는데 계속해서 대소변을 보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법정관은 헌병들을 시켜 밤새 그에게 먹거리를 나눠주는 이가 없는지 감시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헌병들은 아무도 보지 못했고,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매달린 남자는 그날 밤도 목소리가 자신을 찾아와 물과 음식을 강제로 먹이고는 사라졌다고 진술 했습니다. 법정관은 하는 수 없이 그를 살리려는 신의 뜻이겠거니 하고 그를 풀어주도록 결정했습니다. 매달린 남자를 기둥에서 풀어 끌어내리자 그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나 몇 분 뒤, 그는 숨을 헐떡이다가 자유를 맛보지 못 한 채, 피를 토하며 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의 대소변에서 생겨난 치명적인 독소가 그를 피부를 썩게 했고, 결국에는 그의 목숨을 빼앗아 가버린 것입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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